앞서의 글들에서 '합리적임'에 대한 두 가지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이 두 기준에 따르면 우리가 추구해야할 합리성의 종류가 달라진다는 것은 당연해 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의 사고와 행동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쓸만하다는 주장(fast and frugal heuristics view)과, 우리의 사고와 행동은 모순투성이이며 교정해야 할 대상이라는 주장(heuristics and biases view) 사이에서 말입니다. 아마 전자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저지르는 dysrational한 행동은 어쩌면 우리가 직관으로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불가피하게 지불할 수밖에 없는 '비용'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후자의 의견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분명 '교정'해야 하는 일종의 '병'과도 같은 것이 될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만한 위치에 서 있지 않습니다(사실 그럴만한 지식도 아직은 없습니다).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바들이 시사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1. '인지적 구두쇠'를 노리는 전략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며, 이에 대해 대응해야만 한다.
과거 사회와 달리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남들의 호주머니를 어떻게 털 수 있을까 궁리하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물론 개중에는 나쁜 수단을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극히 합법적인 방식으로 남들의 주머니를 공략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단은 역시 '광고'입니다. 우리는 하루에 대체 몇 편의 광고를 볼까요? 지금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아주 많은 수의 광고를 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광고는 일반적으로 우리의 system 1 thinking(직관적이고 감성적인)을 자극합니다. 광고의 홍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합니다.
알았어, 하지만 린X이 보일러로.
하지만 광고 뿐이 아닙니다. 금융거래, 정치적 의사결정 등 많은 영역에서 '인지적 구두쇠'들을 노리는 전략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논리와 이성보다는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주로 취합니다. (실제로 인간 심리 연구를 이용하여 이윤을 창출하려는 시도는 얼마든지 많습니다. 특히 경영학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과거와는 스케일이 다른 급의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정말 별 생각 없이 이러한 사안들에 대해 결정하고 행동합니다. 이는 분명 비합리적인 행동입니다. '생존과 번식'의 차원에서 보든, 논리성의 차원에서 보든 이러한 생각없는 행동들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러한 '생각없는' 행동은 현대에 들어 더욱 비합리적인 것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렵채집인에게 비판적 사고가 얼마나 필요했을까요?
2. '생태적 합리성'과 '논리적 합리성'은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다.
사실 생태적 합리성을 강조하는 입장과 논리적 합리성을 강조하는 입장의 사람들이 하도 서로 치고박고 싸워서(그러기 시작한지도 어언 2,30년이 되었군요)서로 반대되는 입장이라고 보기 쉬운데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현대 사회에서 논리적, 확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밥줄'과 관련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태적 합리성에 곧 논리적 합리성을 포함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실제로 도박 중독자들은 확률판단에 대해 지극히 자기편향적인(self-serving attitude)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이 사람들의 생태적 합리성 자체를 갉아먹는 행위입니다. 주식투자와 같은 행위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사회는 우리에게 확률과 논리를 크게 요구하지 않았지만, 점점 우리의 삶은 그런 것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에게도 비판적 사고는 꼭 필요합니다.
3. 더 많은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사실 이 지점은 1번의 문제의식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며, dysrational한 사람들이 심각하게 결여하고 있는 특징 중 하나입니다. 심리학에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라는 개념이 있는데, 이 개념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을 반증하는 증거보다는 확신시켜 주는 증거를 더 많이 수집하는 현상을 일컫는 개념입니다. 확증편향의 결과는 근본주의 신앙, 지역주의, 인종차별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가 꼭 필요합니다. 사실 이것은 Stanovich가 말하는 'reflective mind'에 해당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비판적 사고는 일단 그것을 하려는 자세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thinking disposition의 측면에서). 비판적 사고는 상당히 많은 인지적 노력을 요구하는 활동이기 때문에(증거의 평가, 논증의 타당성 등을 평가하는 작업이지요)인지적 구두쇠가 기피하기 쉬운 가장 대표적인 인지적 활동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상식적으로 비합리적인 것입니다.
4. 때로 비합리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은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인간은 결코 무한정으로 합리적일 수 없습니다(Bounded rationality). 스스로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은 이를 교정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생각보다 자신의 지적 능력과 판단력에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연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은 기억에 대한 자신감입니다.) 경험적 증거를 통해 이러한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 인식하고, 바로잡아 나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다 쓰고 나니 너무 당연한 소리만 써놓은 것 같아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네요. 뭔가 발전적인 결론을 끌어내고 싶었는데 아직 제 내공으로는 불가능한가 봅니다. 좀 더 공부를 해 보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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